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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황토길 고이 밟고 가소서
작성자
BR세라텍
작성일
2024-09-05 17:27
조회
131
남자는 15년 동안 황토집을 지었다. 황토건자재도 만들었다. 전문성이 쌓였고, 황토의 귀함을 몸소 깨달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갑갑했다. 황토장인들은 ‘황토 콜라보’를 원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판로는 더 좁아졌다. 남자는 결심했다. “아직 젊다. 새롭고 정직한 황토길을 열어보자.” 15년간 몸담고 있던 곳을 떠나 ‘창업’의 세계에 뛰어든 그는 천연황토 건축ㆍ조경자재 전문기업 ‘바른황토’의 황정식(45) 대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그와 함께 황토길을 밟아봤다.
주름이 깊게 팬 장인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황토를 매만지고 있었다. 말이 좋아 장인이지 일하는 환경은 열악 그 자체였다. 2004년 대위로 갓 전역한 황정식 대표는 우연히 만난 ‘황토장인’의 세계가 궁금하면서도 안타까웠다.
“어르신들이 불도 제대로 안 들어오는 찌그러진 컨테이너에서 끼니를 해결하면서 황토에 숨을 불어넣고 있더라고요. 순간 그들을 돕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저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마음이었죠.”
좋은 영어교사가 되고 싶어 영문학을 전공했던 그였다. 군 전역 후에도 그래서 영어 공부를 했다. 그런 그가 단 한번도 꿈꿔보지 않았던 ‘황토길’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었다. 중소 황토업체에서 황토벽돌을 만들고, 황토집을 지었다. 1년은 2년 됐고, 2년은 다시 5년이 됐다.
그렇게 꼬박 15년, 그 역시 ‘황토장인’으로 거듭났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황토건자재 시장은 여전히 열악했고, 황토업체 역시 변신을 꾀하지 않았다. “여기에 황토를 적용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지만 업체 사장도, 장인들도 설득하기 여간 어렵지 않았다. 2년 전 그가 “독립해서 내 방식대로 해보자”며 창업의 문을 두드린 이유였다. 가진 거라곤 도전정신뿐이었지만 황토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던 그때처럼 주저하지 않았다.
“막상 나와 보니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많더라고요.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쓸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100% 성장하긴 했지만 아직은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직원을 더 채용해야 하고, 회사도 더 키워야죠. 힘들 때면 따박따박 월급 받던 때가 그립기도 하지만 서두를 생각은 없습니다. 천천히, 꾸준하게 걸어갈 생각입니다.”
그가 요즘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황토 콜라보’다. 창업 전부터 준비해 지난해 출시한 수목 보호제 ‘황토약손’이 대표적이다. “나무에 황토를 바른다는 걸 쉽게 떠올리지 못할 겁니다. 조경업계 종사자들도 낯설어하니 말 다했죠.”
바른황토, ‘콜라보’로 승부수
황토약손은 나무를 건강하게 만드는 천연 황토제품이다. “집을 새로 짓거나 아파트가 새로 들어서면 조경을 꾸미기 위해 나무를 옮겨 심잖아요. 옛날에는 10그루를 옮겨 심으면 1~2그루가 죽었는데, 요즘엔 3~4그루가 죽습니다. 기후변화가 심해지다 보니 이식移植 하자율이 점점 높아지는 거죠.” 황토약손은 그런 손실률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황토는 나무 표면에 바르면 표피온도를 조절해주기 때문에 폭염과 한파로부터 보호해주죠. 잔가지들이 뻗는 것도 막아줍니다. 병충해 방지요? 그건 기본이죠.”
동탄신도시, 시흥은계 택지 등의 나무에 시공한 황토약손은 여기저기서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황토를 이용한 조경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입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황 대표는 요즘 건축ㆍ조경에 이어 다른 분야도 엿보고 있다. 이번 역시 ‘황토 콜라보’다. 그는 “황토일을 하다 보니 관련 문의가 종종 들어오는데, 그 문의를 토대로 제품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생황토를 활용해 만든 찜질팩, 황토로 만든 부표 등이 그의 개발 리스트에 올라 있다. “수익이 생기면 딴 데 쓰지 않고 제품개발에 쓰려고 합니다.” 바른황토의 연구개발비 비중이 약 30%에 이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황토는 아직까지 규격화된 기준이 없어요. 이 말은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소비자들이 잘 모른다고 인공첨가물, 화학제품을 쓰는 곳들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화학제를 섞는 건 안 만드니만 못하다는 신념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황토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누군가요?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속이고 싶지 않아요. 우리는 천연황토를 이용해 제품을 개발하는 게 목표고, 또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돈 위해 눈속임 안 해”
그는 회사가 더 성장하면 경남 산청지역에 공장을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 지리산 동황토가 좋다는 옛 문헌을 확인하고 내린 결정이다. 여기엔 좋은 황토를 소비자에게 정직하게 제공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황 대표가 회사 이름을 ‘바른황토’라고 지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교롭게도 황 대표는 더스쿠프와의 인터뷰 직전에 큰 상을 받았다. 중소기업벤처부의 ‘좋은경영대상’이었는데, 친환경제품 생산을 인정하는 상이었다. 꾀 부리지 않은 정직경영의 포상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세를 낮췄다.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이유에서였다. “무엇보다 황토를 잘 선별해서 써야 한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는 게 시급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의 역할이 큽니다. 게으름을 피울 때가 아닙니다.” 그가 취재팀에 보여주겠다고 가져온 황토를 건넸다.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의 진심이 읽혔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주름이 깊게 팬 장인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황토를 매만지고 있었다. 말이 좋아 장인이지 일하는 환경은 열악 그 자체였다. 2004년 대위로 갓 전역한 황정식 대표는 우연히 만난 ‘황토장인’의 세계가 궁금하면서도 안타까웠다.
“어르신들이 불도 제대로 안 들어오는 찌그러진 컨테이너에서 끼니를 해결하면서 황토에 숨을 불어넣고 있더라고요. 순간 그들을 돕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저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마음이었죠.”
좋은 영어교사가 되고 싶어 영문학을 전공했던 그였다. 군 전역 후에도 그래서 영어 공부를 했다. 그런 그가 단 한번도 꿈꿔보지 않았던 ‘황토길’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었다. 중소 황토업체에서 황토벽돌을 만들고, 황토집을 지었다. 1년은 2년 됐고, 2년은 다시 5년이 됐다.
그렇게 꼬박 15년, 그 역시 ‘황토장인’으로 거듭났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황토건자재 시장은 여전히 열악했고, 황토업체 역시 변신을 꾀하지 않았다. “여기에 황토를 적용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지만 업체 사장도, 장인들도 설득하기 여간 어렵지 않았다. 2년 전 그가 “독립해서 내 방식대로 해보자”며 창업의 문을 두드린 이유였다. 가진 거라곤 도전정신뿐이었지만 황토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던 그때처럼 주저하지 않았다.
“막상 나와 보니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많더라고요.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쓸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100% 성장하긴 했지만 아직은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직원을 더 채용해야 하고, 회사도 더 키워야죠. 힘들 때면 따박따박 월급 받던 때가 그립기도 하지만 서두를 생각은 없습니다. 천천히, 꾸준하게 걸어갈 생각입니다.”
그가 요즘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황토 콜라보’다. 창업 전부터 준비해 지난해 출시한 수목 보호제 ‘황토약손’이 대표적이다. “나무에 황토를 바른다는 걸 쉽게 떠올리지 못할 겁니다. 조경업계 종사자들도 낯설어하니 말 다했죠.”
바른황토, ‘콜라보’로 승부수
황토약손은 나무를 건강하게 만드는 천연 황토제품이다. “집을 새로 짓거나 아파트가 새로 들어서면 조경을 꾸미기 위해 나무를 옮겨 심잖아요. 옛날에는 10그루를 옮겨 심으면 1~2그루가 죽었는데, 요즘엔 3~4그루가 죽습니다. 기후변화가 심해지다 보니 이식移植 하자율이 점점 높아지는 거죠.” 황토약손은 그런 손실률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황토는 나무 표면에 바르면 표피온도를 조절해주기 때문에 폭염과 한파로부터 보호해주죠. 잔가지들이 뻗는 것도 막아줍니다. 병충해 방지요? 그건 기본이죠.”
동탄신도시, 시흥은계 택지 등의 나무에 시공한 황토약손은 여기저기서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황토를 이용한 조경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입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황 대표는 요즘 건축ㆍ조경에 이어 다른 분야도 엿보고 있다. 이번 역시 ‘황토 콜라보’다. 그는 “황토일을 하다 보니 관련 문의가 종종 들어오는데, 그 문의를 토대로 제품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생황토를 활용해 만든 찜질팩, 황토로 만든 부표 등이 그의 개발 리스트에 올라 있다. “수익이 생기면 딴 데 쓰지 않고 제품개발에 쓰려고 합니다.” 바른황토의 연구개발비 비중이 약 30%에 이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황토는 아직까지 규격화된 기준이 없어요. 이 말은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소비자들이 잘 모른다고 인공첨가물, 화학제품을 쓰는 곳들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화학제를 섞는 건 안 만드니만 못하다는 신념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황토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누군가요?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속이고 싶지 않아요. 우리는 천연황토를 이용해 제품을 개발하는 게 목표고, 또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돈 위해 눈속임 안 해”
그는 회사가 더 성장하면 경남 산청지역에 공장을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 지리산 동황토가 좋다는 옛 문헌을 확인하고 내린 결정이다. 여기엔 좋은 황토를 소비자에게 정직하게 제공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황 대표가 회사 이름을 ‘바른황토’라고 지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교롭게도 황 대표는 더스쿠프와의 인터뷰 직전에 큰 상을 받았다. 중소기업벤처부의 ‘좋은경영대상’이었는데, 친환경제품 생산을 인정하는 상이었다. 꾀 부리지 않은 정직경영의 포상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세를 낮췄다.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이유에서였다. “무엇보다 황토를 잘 선별해서 써야 한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는 게 시급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의 역할이 큽니다. 게으름을 피울 때가 아닙니다.” 그가 취재팀에 보여주겠다고 가져온 황토를 건넸다.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의 진심이 읽혔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